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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아홉 아들 이야기
작성자 윤석주 등록일 09.07.15 조회수 862
 

  다음 설명하는 ‘나’는 누구일까요?


  * 나는 상상상(想像上)의 동물입니다.

  * 나는 썩 큰 파충류로 뱀과 비슷하며 등에 81개의 비늘이 있으며, 네 개의 발에는 각각        다섯 개의 발가락이 있습니다.

  * 나는 뿔은 사슴에, 눈은 귀신에, 귀는 소에 가깝습니다.

  * 나는 깊은 못이나 바다에 잠기어 있다가, 때로는 자유로 공중을 날아 구름과 비를 몰아        풍운 조화를 부립니다.

  * 나는 유럽, 인도 중국 등을 비롯하여 신비적, 민속적인 신앙 숭배의 대상이 됩니다.

  * 나는 불교에서는 사천왕(四天王)의 하나입니다.

  * 나는 중국에서는 기린(麒麟), 봉황(鳳凰), 거북과 함께 상서로운 사령(四靈)으로 부릅니다.

 

  예. 바로 맞추었습니다. 용(龍)입니다. 너무 쉬운 문제였나요?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상서로운 짐승의 하나인 용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중국 명(明)나라 때 호승지(胡承之)가 쓴 ‘진주선(眞珠船)’에 들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용의 아들이 아홉인데 첫째가 비희(贔屭), 둘째는 이문(螭蚊), 셋째는 포뢰(蒲牢), 넷째 폐안(狴犴), 다섯째는 도철(饕餮), 여섯째는 공하(蚣蝦), 일곱째는 애자(睚眦), 여덟째는 산예(狻猊), 아홉째가 초도(椒圖)입니다. 많기도 하지요. 또 이름들이 괴상하기도 합니다.

  이 아홉 용의 아들들은 모두 성격이 남달라 주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첫째 비희(贔屭)는 남들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 무거운 것을 들고 있기를 좋아 했습니다. 둘째 이문(螭蚊)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하염없이 먼 데를 바라보기를 좋아했습니다. 셋째 포뢰(蒲牢)는 걸핏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울기대장이었습니다. 넷째 폐안(狴犴)은 호랑이를 닮아 위력이 넘치는 얼굴로 위세를 부리기를 좋아했습니다. 다섯째 도철(饕餮)이는 그저 먹고 마시기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여섯째 공하(蚣蝦)는 물을 지독히도 좋아해 물가에서만 놀았습니다. 일곱째 애자(睚眦)는 피를 튀기는 살생을 좋아했습니다. 여덟째 산예(狻猊)는 갈기가 멋진 사자 모습을 하고서 연기와 불을 좋아했습니다. 아홉째 초도(椒圖)는 문(門)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녀석으로 문을 꼭 닫고 숨기를 잘하는 숨기대장이었습니다.

  어때요? 그 녀석들 성질 한 번 특별하지요? 그런데 이 용의 아홉 아들이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용의 아들들이 살아 있다구요? 그럼 이들이 요즘은 어떤 형상으로 우리 곁에 있는지 찾아 볼까요?

  무거운 걸 들기를 좋아하는 비희(贔屭)는 제 성질대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데 지금 어디 있나요. 사당이나 묘소 앞에 가면 서 있는 비석이 있지요. 글씨가 쓰인 커다란 돌 말입니다. 그 돌을 받치고 있는 동물을 한 번 보셔요. 거북이 같기도 하고 용 같기도 하고, 말 같기도 한 그 동물이 바로 비희입니다. 평소에 무거운 짐지기를 좋아하니까 사람들이 그걸 알고는 비석의 받침으로 비희를 쓴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어 귀부(龜趺)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둘째 아들은 이문(螭蚊)인데 먼 데 바라보기를 좋아한다고 했지요.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오래된 큰 기와집 대마루 양쪽 끝머리에 얹는 짐승 형상을 한 구조물이 있지요. 치미(鴟尾), 또는 망새라고도 하는데 보셨나요? 그것이 바로 이문의 꼬리 부분입니다. 높은 데 있으니 멀리까지 잘 볼 수 있어 화재를 감시하고 처치하는 일을 담당하게 했답니다. 지붕 위의 마루를 용마루라고 하는 것도 용의 아들인 이문이 거기 있기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되었나 봅니다.

  셋째는 포뢰(蒲牢)입니다. 그는 바닷가에 살았는데 멀리서 고래만 나타났다 하면 무서워 울면서 혼비백산 달아났습니다. 고래가 바다 쪽에서 쫓아 오니까 울기대장 포뢰는 육지 쪽으로 내빼며 울기를 멈추지 않았답니다. 포뢰의 이런 성질을 아는 사람들이 종을 만들 때 포뢰를 종의 꼭대기에 앉혀 놓았습니다. 큰 종(梵鐘)을 보게 될 때 잘 보세요. 종을 바닥에 놓고 칠 수는 없고 들보에 매달아 두고 치게 되는데 그 부분에 용의 형상이 새겨져 있지요. 그가 바로 포뢰입니다. 더욱 극적인 장치는 종을 치는 나무, 당목(撞木)에 있습니다. 종소리를 더욱 웅장하고 멀리까지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해 포뢰가 가장 무서워 하는 고래를 그 나무에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넷째는 폐안(狴犴)이라고 했지요. 호랑이 형상을 한 폐안은 어디에 있을까요? 위세 부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서슬이 시퍼런 옥문에 새겨져 있어 그곳을 드나드는 죄인의 마음을 한없이 오그라들게 합니다.

  다섯째는 천성적으로 먹고 마시길 좋아하는 도철(饕餮)입니다. 그의 제자리는 다른 곳이 아닌 솥뚜껑입니다. 각종 음식물을 담아두고 끓이고 조리하는 가마솥은 옛날부터 국가의 생명으로 상징되었습니다. 그 솥뚜껑 위에 도철이 있습니다.

  여섯째는 공하(蚣蝦)입니다. 물을 좋아하는 공하는 지네나 두꺼비 형상을 하고서 다리 기둥에 새겨져 있습니다. 오래된 돌다리의 다릿발 안쪽에 있습니다.

  일곱째 애자(睚眦)는 태어나면서부터 살생(殺生)을 좋아하는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가 있을 곳이 어디겠어요? 당연하지요. 큰칼(還刀)의 칼자루에 새겨진 용의 아들이 애자입니다.

  여덟째는 산예(狻猊). 사자 모양을 한 산예는 연기와 불을 아주 좋아하는 성질이라고 했지요. 신라 때 사자탈을 쓰고 춤을 추는 탈춤(假面劇)이 있었는데요. 그 놀이 이름이 바로 산예입니다. 금환(金丸), 대면(大面), 월전(月顚), 속독(束毒)과 산예(狻猊)를 신라 오기(五伎)라고 했답니다. 지금은 명맥이 끊긴 신라 오기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환은 여러 개의 금칠한 방울(공)을 받고 차고 하는 놀이로 ‘죽방울 놀음’은 금환의 유풍으로 추측이 되며, 대면은 황금빛 탈을 쓰고 손에 구슬 달린 채찍을 잡고 귀신을 쫓는 시늉을 하면서 추던 춤이며, 월전은 호인(胡人)의 탈을 쓰고 추는, 노래와 결부된 골계희(滑稽戱)였으며, 속독은 서역 계통의 탈춤으로 쑥머리에 남색 탈을 쓰고 북소리에 맞추어 떼를 지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추던 춤이었다고 합니다. 이 환상적인 산예는 큰 향로(香爐)에 있습니다.

  아홉째는 초도(椒圖)입니다. 초도는 문(門)이 그대로 열려 있거나 틈이 벌어져 있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벌어진 곳마다 여미고, 열린 곳마다 닫고 그곳에 숨기를 좋아하는 초도는 문단속의 왕자입니다. 오늘날 그가 있을 자리가 어디일까요? 전각(殿閣)이나 사당(祠堂) 문의 문고리에 초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용의 아홉 아들 이야기였습니다. 어디, 재미있었나요?

  말없이 무거운 짐을 대신 져주는 비희나, 먼 데를 꿈꾸며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이문이나, 울기대장 포뢰나 카리스마 넘치는 폐안, 아무 때나 먹고 마시는 도철, 물을 다스리는 공하,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애자, 춤추기 선수 산예, 깔끔한 장난꾸러기 문단속의 왕자 초도.......

  괴팍하고 기이하고 우습기도 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용의 아들들이 요즘 세상에도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어른이 되면 자원봉사자, 시인이나 소방관, 종교인, 경찰관과 법무관, 요식업자, 수자원공사 직원, 군인, 예술인 등 가지가지의 일터에서 자랑스러운 일을 해나가겠지요. 

 여러분이 바로 용의 아홉 아들 중의 하나가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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