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중학교에 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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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석주 | 등록일 | 09.07.03 | 조회수 | 858 |
청주중학교에 가면 특별한 나무가 있다 -比翼鳥連理木 청주중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누구든지 ‘아, 이 학교가 오래된 학교로구나’하는 탄성을 지르게 됩니다. 그건 우리 학교의 자랑 수목원 때문이지요. 수목원의 나무들을 보며 고개를 들어 눈높이를 맞추면 교목 느티나무가 우람하게 서서 이 학교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정중히 맞이합니다. 교문의 오른쪽엔 연못이 있지요. 오죽(烏竹)과 소나무와 키가 큰 낙우송(落羽松). 운동장 쪽으로 돌아나가는 모퉁이에 배롱나무가 서 있습니다. 이 배롱나무는 부채살처럼 활짝 퍼져 한 그루만으로도 그대로 값나가는 정원수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키는 약 6m, 가슴높이의 굵기는 한 줄기가 40cm 쯤 됩니다. 그 뿌리는 하나일 텐데 지상부에서 세 줄기로 퍼져 올라갑니다. 아직은 꽃 필 때가 아니어서 꽃은 만날 수 없지만 작고 윤기 나는 잎새와 지난해 열매 껍질을 아직도 무성히 매달고 있습니다. 여름이 왔다하면 바로 알고 가지 끝에 연붉은 빛깔, 보랏빛 꽃들을 쉬지 않고 피워댈 것입니다. 몇날 동안요? 백날 동안요. 특별히 하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튀밥처럼 흰꽃을 매달아 천지에 제 모습을 뽐냅니다. 다른 나무들은 꽃을 지우고 열매를 익히는 계절에, 그것도 한여름에 저렇게 환히 꽃피우는 나무라 특별하고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배롱나무는 꽃피는 기간이 길어 나무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부릅니다. 이 백일홍이 그대로 소리나는 대로 적혀 배롱나무가 되었습니다. 원산지는 중국.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정원수로 심어 길렀답니다. 전라북도 남원에 가면 가로수로 이 나무가 심어져 있고, 전라남도 담양에도 아주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담양의 명소인 식영정(息影亭), 소쇄원(瀟灑園), 명옥헌(鳴玉軒) 등 이름난 정자나 정원에 한여름 성찬인양 차려진 꽃나무가 이 나무입니다. 배롱나무 정원은 자미원(紫薇園), 배롱나무 꽃잎이 물에 떠 흘러가는 여울은 자미탄(紫薇灘)입니다. 껍질은 연한 홍갈색이며 얇은 조각이 벗겨지면 흰 무늬가 속살로 나타납니다. 소나무나 참나무처럼 두터운 껍질이 없기 때문에 매우 미끄럽게 느껴지며 아닌게아니라 손으로 만져보면 반질반질하여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원숭이도 이 나무에 오르다가 그만 미끄러져 떨어진다고 하여 ‘사루스베리’라고 한답니다. 전라도에서는 이 나무의 가느다란 가지가 이리 꼬이고 저리 비틀어져 뒤틀린 특징을 보고 간지럼을 먹이면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어 꼬는 걸 연상하여 ‘간지럼나무’라고 부릅니다. 어디 한번 정말 그런지 이번 가을에 낙엽이 지고 나뭇가지만 앙상히 보일 때 잘 관찰해 보세요. 그렇게 보이면 냅다 간지럼 한번 먹여 보세요.
다시 우리 학교 배롱나무 이야기입니다. 밑둥 부분은 크게 세 기둥 줄기가 올라왔습니다. 두 줄기는 북향, 하나는 남향으로 벋어 올라갑니다. 이 남향으로 올라간 줄기에 오늘 이야기 하려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남쪽 가지는 지상 약 50cm에서 동서로 갈라지고 그 중 동쪽 가지가 위로 80cm 쯤에서 남으로 세 가지, 북으로 한 가지로 갈라졌습니다. 북쪽 가지는 1.4m에서 동서남북 네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동쪽 가지는 지금 말라 죽었고 서쪽 가지는 남으로 길게 휘어져 오릅니다. 남쪽 가지가 70cm 위로 자라다가 Y자로 퍼지고 Y자의 접점(接點)에서 35도 쯤 아래로 기울어져 가지를 늘이고 있습니다. 한편 북쪽 가지는 비스듬히 하늘로 치켜 오르다가 갑자기 무엇을 보았는지 한 가지를 홱하니 남쪽으로 틀어올려 위의 35도 쯤 아래로 늘어뜨린 가지와 떠억하니 붙어버렸습니다. 참으로 묘하고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철봉 굵기로 마주 한 길이는 50cm 가량됩니다. 이 나무를 올려 보면 금세 찾을 수 있습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랫 동안 자라면서 서로 합쳐져 하나의 나무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하며 이 중 나뭇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져 하나가 되면 연리목(連理木)이라 한답니다. 만약 뿌리가 붙어 있다면 연리근(連理根)이 되겠지요. 원래 연리지처럼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면 좋거나 흉하거나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고 여겼답니다. 이는 신(神)이 관여하는 일이고 이런 현상은 신이 노하거나 인간을 축복하거나 할 때의 한 계시(啓示)라고 여겼겠지요. 두 나무가 하나로, 두 나뭇가지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연리목, 연리지를 동양에선 좋은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연리지가 나옵니다. 장한가는 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 노래로 잘 알려져 있지요.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限綿綿無絶期 칠월칠석 장생전에서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한 약속 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기를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네 높은 하늘 넓은 땅은 다할 때가 있건만 이 슬픈 사랑의 한은 끝이 없다네 후한 말에 채옹(蔡邕)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 어머니가 병에 들자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병을 돌보았습니다. 옹은 3년 동안 옷 한번 벗지 못하며 극진히 모셨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무덤가에 움막을 짓고 거기서 상(喪)을 치렀습니다. 그 후 옹이 거실 앞에 두 그루 나무를 심었는데 나무 싹이 돋고 점점 자라더니 서로 붙어 결(理)이 이어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기이하다고 하며 옹의 효행이 이런 보기 드문 현상을 일으켰다고까지 소문이 나 원근(遠近)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고 합니다. 두 몸이 한 몸 되는 화목한 부부,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연결지어 사람들은 ‘사랑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줄기가 이어지는 연리목은 가끔 발견되지만 가지가 붙는 연리지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을뿐더러 맞닿더라도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에 좀처럼 붙기 힘듭니다. 청주중학교 연못 근처에 있는 배롱나무, 연리지(連理枝)가 있습니다.(2009.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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